태국, 주요 관광지 중국 경찰 배치에 일파만파 비난 여론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3/11/20 11:36

태국, 주요 관광지 중국 경찰 배치에 일파만파 비난 여론

◈ 태국 정부가 태국의 주요 관광 도시에 중국 경찰을 배치하기로 발표하자 곳곳에서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11월 13일 태국 영자신문 더네이션과 방콕포스트 기사 내용에 따르면, 태국관광청장 타빠니 끼얏파이분이 중국에서 파견된 중국 경찰이 태국의 주요 관광지에서 태국 경찰과 합동 순찰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에 참석차 떠나는 쎄타 타위씬 총리가 태국을 떠나기 전 깜짝 발표된 내용에서 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안전 우려를 불식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에서 타빠니 청장은 “중국 경찰을 배치하는 것은 태국이 안전한 나라라는 것을 강조하고 특히 중국 관광객들에게 안전함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SNS를 통해 널리 퍼지며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태국 네티즌들은 태국이 드디어 중국에 넘어가느냐, 왜 중국 경찰이 태국 영토에서 순찰을 하느냐, 이는 명백한 주권침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태국 정부 대변인 차이 와치롱은 “중국 경찰 배치는 태국 경찰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주권침해와는 거리가 멀다”“중국 경찰은 안전 순찰에 참여한다기 보다는 태국에 들어온 중국 법죄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이 주요 목적으로 단순히 태국 경찰에게 도움을 주는 것일뿐이라 주장했다.

차이 국장은 그동안 중국 경찰이 태국에서 암약하는 중국 갱단을 단속하기 위해 태국 경찰에 협력해 왔다면서 이번 조치 역시 관련 업무의 또 다른 협력 형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한 이번 결정이 중국 경찰의 태국 거리 순찰을 허용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말하며 태국 주권을 침해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앞서 태국관광청 타빠니 청장의 말과는 배치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태국 정부의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인들의 태국 여행 기피는 사실 지난 수개월 전부터 발생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9월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 No More Bets, 중국 제목 ‘고주일척’을 본 중국인들의 동남아시아에 대한 두려움으로 야기된다.

캄보디아에서도 상영 금지 조치가 된 ‘고주일척’은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헐리우드 영하 ‘바비’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한 중국 영화로 내용은 중국인 프로그래머가 동남아시아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제안받고 큰 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로 해외 취업을 갔으나 곧 어두운 방에 감금돼 온라인 피싱 사기를 유도하는 취업 사기를 당한 후 살아남기 위해 범죄 활동에 가담한다는 내용이다.

이전에는 지난 2022년 개봉한 영화 ‘로스트 인 더 스타’(Lost in the stars)에서 중국인 부부가 결혼 1주년 축하를 위해 동남아시아 섬으로 여행을 갔다가 아내가 실종되고 살해된 채 발견되고 현지 경찰은 증거 부족으로 수사 개시를 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동남아시아를 ‘사기의 온상’ 또는 ‘위험 국가’로 묘사한 영화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동남아 관광 사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AFP 통신과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 보도가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는 ‘동남아=위험지역’ 인식이 팽배해 지면서 동남아, 특히 태국 여행을 기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 방콕의 유명 쇼핑몰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중국인 관광객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중국 관광객들의 태국 입국은 다시금 위기를 맞는다.

동남아 여행 기피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현재 태국 여행 시즌을 맞은 태국 관광청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특히 최근 쎄타 타위신 정부가 들어서며 새로운 장관을 맞이한 태국 관광체육부는 큰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중국과 가깝고 물가도 저렴한 동남아, 특히 태국은 그간 중국인 대표 해외 관광지로 손꼽혀왔다. 하지만 이런 태국이 위험한 국가로 낙인찍히게 된 데에는 중국에서 흥행한 두 편의 영화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으며 영화의 스토리가 실제 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의 두려움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게 하기도 했다.

올 여름 중국 최고 수익을 기록했던 ‘로스트 인 더 스타’와 ‘노 모어 베츠’, 두 영화는 동남아를 배경으로 하지만 특정 국가를 꼭 집어 묘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관람객을 중심으로 ‘사이버 사기 범죄, 인신매매, 살인이 잦은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지면서 관광 자제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져갔던 것이다.

거기에 지난달 초 방콕의 대형 쇼핑몰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태국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중국인 관광객들의 비자 면제를 시행하면서 그들의 태국 방문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제스쳐를 취해왔다. 한 해 천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태국을 찾는 상황에서 이들의 숫자에 대한 민감성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유커의 귀환을 기대했던 관광성수기 태국, 그러나 벌써부터 예상과는 다른 저조한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비상 상황으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련의 사태를 본 전 태국 국가정보국 부국장 난티왓 싸마트는 태국에 있는 중국인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관광 지역 순찰에 중국인 경찰들을 투입하는 것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아이디어를 과연 누가 제안했는지 궁금하다”고 밝히며 “농담인지, 두려움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그렇다면, 다른 외국 관광객들이 중국처럼 자신의 나라 경찰들이 자신들을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한다면, “태국 정부는 그들 모든 나라 경찰들에게 순찰을 허용해야 할 것인가?”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한 중국 경찰이 태국에서 활동하도록 허락하는 것은 태국 경찰의 뺨을 때리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태국 경찰이 그렇게 무능한가요?”

난티왓 싸마트 전 국가정부국 부국장은 태국 현지 공무원 또는 인력을 늘리는 것이 더욱 논리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